가치투자의 진정한 의미
가치투자를 하려고 나름 종목을 선정해서 이렇게 저렇게 몇몇 종목을 계좌에 담았다가 생각하지도 못한 이슈로 국내 시장 전체가 급락하면서 주식계좌가 반토막이 나고 언제 회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과연 가치투자가 정답일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드는 우리나라 주식 시장입니다. 아니 한국 시장에 과연 가치투자가 있기는 한 걸까 이런 의문도 듭니다. 몇 년 전부터 한국 주식, 미국 주식을 나누어서 조금씩 투자를 해왔는데 그 결과를 보면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떠나는 상황이 이해가 됩니다. 미국 주식이 왜 가치투자에 적합하고 가치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한번 알아봅시다.
가치투자는 시장 평균 수익률을 오랜 시간 하회하는 특성 때문에 당장 고수익을 바라는 이들에게 외면당하기 일쑤다. 최근까지도 시장보다 못한 수익률을 보고 실망하여 돌아서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것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양상이었지만 최근에는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가치투자의 장점과 장기 수익률을 인정하면서도 막상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 보고서에 견디지 못하고 펀드매니저나 증권사에 따지는 경우도 있다. 기관의 투자 기간이 짧아지는 추세에 따라 펀드매니저가 시장수익률보다 저조한 실적을 몇 년 연속 기록하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도 있다. 기관조차 장기투자에 보이는 인내심 한계치가 낮아진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은 그렇게 환매한 자금으로 당장 내일부터 수익을 안겨다 줄 다른
가치투자펀드를 찾아 나선다. 그런 식의 단기 자금 이동이야말로 오히려 수익을 낮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반면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가치투자라는 펀드의 투자 프로세스와 프레임워크를 보고 펀드매니저를 선택해 자금을 맡기는 기관투자자도 여럿 있다. 결국 몇 년 후 50%,100%로 수익을 실현한 투자를 집행한 펀드의 수익을 나누어 갖는 것은 당연히 후자이다.
가치투자의 기본 원칙
가치투자의 기본 원칙은 현재 시장에서 거래가 되는 매매가격 대비 저평가되어 있다는 투자 의견이 바뀌지 않는 이상 주가가 밸류에이션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장기 보유하는 것이다. 이후로도 반복해서 강조하겠지만 매수매도 판단의 유일한 기준은 주가가 아닌 밸류에이션이다.
사실 저평가된 주식이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몇 개월 만에 적정 주가에 도달할 수도 있고 몇 년이 걸려 겨우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이 점이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소신이 뚜렷하고 밸류에이션에 강한 확신이 있지 않고는 몇 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가 차트만 확인한다는 뜻이 아니다. 기업이나 시장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평가가치를 계속 재고하고 내가 판단한 숫자가 맞는지, 그 근거는 아직 유효한지, 적정 가치 산정에 쓰인 과정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바로 가치평가를 한 시점에 기준이었던 기업의 펀더멘털이 크게 바뀐 경우다.
상황에 따라 가치평가 결과가 틀렸다는 결론을 내릴 때도 있다. 그때는 판단이 틀렸음을 빨리 인정하고 적당한 때 포지션을 정리하는 것이 맞다. 그럴 때에도 계속 자신이 생각하는 밸류에이션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이는 가치투자라 할 수 없다. 반면 자신이 평가한 밸류에이션은 그대로이고 이를 수정할 만한 요인이 없는데도 주가의 단기적인 시세에 흔들린다면 이 역시 가치투자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밸류에이션을 가지고 있느냐다. 이것이 모두 사람에 의해 결정되거나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자신이 평가한 적정 가치에 대해서 확신을 갖기 위해서 객관적인 정보가 꼭 필요하다.
힘들고 멀어 보이는 가치투자의 길이지만 미국 주식시장처럼 가치투자의 효용성을 입증하는 것이 가능하고 실제로 가치투자 대가들이 절대적인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시장도 없다. 미국 주식시장은 그 규모를 떠나 제도적으로 가장 성숙한 시장이다. 한국 주식시장처럼 '작전주'. '테마주' 같이 펀더멘털과 무관한 한탕주의 주식은 구조적으로 나올 수 없다. 시장 규모는 물론이고 공시의 투명성을 중요시하는 시장구조상 세력이 작전을 시행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처럼 특정 우선주가 아무 이유 없이 급등하거나 세력이 개입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폭등과 폭락을 반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 주식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통하고 밸류에이션이 실제로 주가를 움직이는, 즉 가치투자자의 펀더멘털과 분석과 매매 판단으로 합리적인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시장이다.
이것이 워런 버핏, 찰리 멍거 같은 가치투자자가 몇십 년째 미국 투자 업계에서 압도적 수익률과 영향력을 유지하는 이유다. 가치투자는 미국인의 투자 DNA가 아니라 미국 금융 당국과 기업 집단, 주주가 구축한 제도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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