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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경기침체의 신호

 

 경기 변동에 대해서 살펴볼 때 금리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 점을 고려해서 경기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중요 지표인 '장·단기 금리 차이'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채권을 사례로 설명해 볼까요? 채권시장에는 다양한 만기를 보유한 채권이 있습니다. 3개월 만기 채권도 있고, 30년 만기 채권도 가끔 발행되어 거래가 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채권은 정부가 발행한다는 점은 같지만 만기가 서로 다른 채권일 경우 금리는 다르게 거래됩니다. 예를 들면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2%인데 비해, 3개월 만기 국채 금리는 0.5%에 거래되곤 합니다.

 이처럼 만기가 긴 채권의 금리가 높은 이유는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투자자들은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할 때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장기채권 가격의 변동성이 커서 투자자들이 장기채권을 매입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입니다. 

 역사적인 흐름을 돌아보면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일반적으로 높게 형성되지만, 10년에 한 번 정도 반대 현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즉 만기가 긴 채권의 금리보다 만기가 짧은 채권의 금리가 더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일어날 때마다 불황이 시작됩니다.

 장단기 금리의 역전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 대출 부실화로 인한 위험, 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 등의 위기 요인으로 채권 펀드매니저의 전망이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만기가 10년 이상에 이르는 채권을 개인이 투자하기는 어렵기에 장기채권은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투자합니다. 이 기관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는 자신의 투자 성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므로, 지속적으로 경제의 전망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장기채권 투자자들은 경제 상황의 변화에 매우 예민합니다. 

 그런데 이런 투자 전문가가 보기에 미래 전망이 극히 어둡다면 어떻게 할까요? 앞으로 이자율이 더 하락한다고 판단해서 이전에 발행된 고금리의 장기채권을 매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0년 만기 채권 B의 이자율이 5%인데, 내년에 발행될 100년 만기 채권 C가 2.5%의 이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 지금 당장 B채권을 살 것입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B 채권 가격이 상승할 것입니다. 이처럼 미래의 경제 전망이 어두를 때는 장기 채권금리가 떨어지고 기존에 발행된 장기채권의 가격이 상승합니다.

 한편 만기가 짧은 단기채권 A의 가격은 중앙은행의 정책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중앙은행은 기본적으로 단기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 예를 들면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결정하는데, 이것을 '정책금리'라고 합니다. 1년에 8번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정책금리가 바로 '단기채권 금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므로 비슷한 만기를 가진 국채 금리도 정책금리와 같이 움직입니다. 그렇다 보니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는 것은 채권시장의 참가자들이 보기에, '현재 정책금리가 유지되면 곧 경기침체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예를 들어 2018년의 경제 상황을 돌아보겠습니다. 당시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중이었는데,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었습니다. 2018년 초에는 1.5%였던 정책금리가 그해 연말에는 2.25%까지 인상되었습니다. 연준이 보기에 미국 경제가 너무 과열되어 있고,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 높아진다고 판단한 것이었죠. 그러나 금리 인상이 거듭됨에 따라 주식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채권시장의 참여자들도 경기침체가 시작되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장기기채권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3.0%의 이자율을 주는 30년 만기 채권은 호황에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지만 앞으로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될 때는 아주 매력적인 상품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2018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까지 내려가면서 장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이 본격화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 2020년 초부터 '코로나 불황'이 시작되었습니다. 장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이 코로나 불황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경제 여건이 그만큼 안 좋은 상황에 발생한 코로나 대유행이 경기침체를 강하게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단기 금리 차이가 역전이 되는 경우는 언제일까요? 첫 번째는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해지고 두 번째는 규제 완화에 힘입어서 과도한 대출이 벌어지며, 세 번째는 전쟁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하는 등의 영향으로 인해서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비관론이 높아질 때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이 됩니다. 그리고 장단기 금리의 역전이 나타날 때는 환율이 급등하고 수출 전망이 악화되는 경향이 자주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점은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후 1~2년이 지나야 불황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경기가 좋을 때 정책금리가 인상되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아주 잘 돌아갈 때 대체로 다수의 분위기는 경기낙관론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기에 미래 경기 전망이 어둡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고, 또 무시됩니다. 따라서 장단기 금리차이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땐 점진적으로 위험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달러 등과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반대로 장단기 금리 차이가 확대될 때는 경기침체의 공포가 완화될 것이므로 이때에는 점진적으로 달러의 비중을 줄이고 저평가된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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